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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

'전세계에서 가장 괜찮은 의료제도는?'-민영화, 당연지정제 폐지로 본 우리나라 의료제도 -

by 와썸_ 2009.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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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의료제도에 관한 자료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유명한 'Sicko'나 'SBS 스페셜-맨발의 의사들'같이 미국식 의료를 비판하고 
쿠바를 의료 파라다이스(?)로 묘사한 것들도 있고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에 비판에 관한 책 및
베네주엘라,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의료와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들의 의료제도에 관해 비교한 자료들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걸 좀 봐둬야 할까요?
어떤 제도나 정책이란 것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역사 속에서 제도나 정책은 좀 돌아서 오기도 하지만 결국은 옳은 길로 한 걸음씩 옮겨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한 시대내에서 그 시대의 제도나 정책의 당위성 및 적절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시대나 과거 다른 시대의 제도나 정책에 관해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위에서 말한 'Sicko'나 'SBS 스페셜-맨발의 의사들'에 내용을 요약해서 보죠. 
미국의 의료제도에 관해서는 좀 알려진 편입니다. 
한마디로 부자를 위한 의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의료서비스이지만 
빈곤층 등 의료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은 너무나도 취약한 곳. 
인구의 13%가 좀 넘는 사람들이 아예 아무런 의료 관련 보험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곳. 

반면 쿠바는 좀 다르게 나옵니다.
똑같은 약도 수십분의 일만큼 지급하면 되는 나라
의료전달체계도 잘 잡혀있고 
전국민에게 거의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
2005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라틴어메리카 의과대학을 통해 

세계 각지, 특히 중남미 지역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게다가 학비까지 지원하면서 의사로 키워주는 제도,
베네주엘라에 1만명이 넘는 봉사하는 의사들을 보낸 나라. 

그렇다면 위의 프로그램들에서 주장하는 대로 꼭 쿠바가 파라다이스일까요-
여러가지 정황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쿠바는 유명하다시키 체 게바라의 나라, 시작이 혁명이었기에 
좀 더 국민들의 긍지도 높고 성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Propaganda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실제 일부 외화벌이를 위한 외국인 진료 병원을 제외하고는 시설이 상당히 열악하며 
의료 접근성, 즉 싼 값에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 일반적인 주방장이나 공무원 정도의 
월급이 대부분이라 베네주엘라에서의 월급이 더 높으며
(4~50달러 대비 베네주엘라에서 미션 아마리오 아덴트로에서 일할 경우 250달러 정도의 월급 받음)베네주엘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는 점.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http://club.cyworld.com/chamworld 이라는 조그만 모임에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라는 책이 나온 것 이외에는 
그에 관한 자세한 책도 국내 서적 중에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만
적어도 쿠바와 노선은 비슷하여 사회주의적 제도를 도입하는 상황. 
상당히 급진적인 좌파적 인물로 
실행력이 대단해서 결국 불가능할 것 같던 개혁들도 이뤄내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지의 보수주의자들과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정국은 어수선한 상황으로 
오죽했으면 보수주의자들이 지지하는 베네수엘라의료연합-VMF-에서는 
베네수엘라를 도와주러 온 쿠바의사들을 돌팔이이자 외세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으로
2003년에는 쿠바의사 한 명이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산유국이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적 제도들을 잘 발전시키고 있는 편입니다. 
현재는 사회기반시설들도 발달이 덜 되었고 의사 등의 인적자원들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든든한 자금이 바탕이 되기에 이러한 제도들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결국, 이들 두나라에 대해 말하자면 
결론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나 좋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진료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산유국이라 그런 돈을 공공의료에 쏟아붓는 점,
또한 이 두나라 모두 의료 서비스의 발전은 떨어지는 점.
 
(현재 쿠바의 경우 1인당 GDP가 1,850달러 선이고 경제성장도 둔화되어 의약품 품귀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영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영국의 경우 가정의 제도가 잘 닦여 있는 편입니다. 
NIH,
즉 National Insuarance Healthcare라고 하여 국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해주는 편입니다.
한 사람의 주치의가 한 지역을 맞는 정도의 제도로
정부가 의사들을 준 공무원정도로 대우하기에 
연봉이 사회적으로 높지는 않은 편이지만 안정적입니다. 
좋은 점이라면 이 방법 역시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라는 점. 미국이 일인당 연간 의료비가 4,700달러 정도 드는 것으로 나왔는데 영국은 이의 반도 못 미치는 1,800달러 정도. 
하지만 단점도 있으니 환자들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적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과거에만 하더라도 영국은 다른 서유럽국가들과 더불어 의료선진국이었으나 
지금은 여러모로 뒤쳐지는 편이죠. 
일부 기초의학이나 기초과학 쪽이라면 옛 명성이 있을지 몰라도. 

미국의 경우에는 철저한 시장경제, 자본주의 의료제도라 할까.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보험같은 게 있긴 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것으로, 이마저도 제대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 중 많은 수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의료 서비스의 가격 자체가 너무 높아서 
같은 수술이라도 우리나라와도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반면에 의사라고 좋은 편은 아니죠. 
철저히 민영보험의 기세가 커져 있는 나라이다보니 
의사는 민영보험회사들의 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병,의원들의 의료급여를 심평원이 심사해서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형태지만


미국은 보험회사가 판단해서 의사에게 지급하기에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제약 자체가 더욱 큽니다. 
건강보험공단 및 심평원이 공익을 위해 일한느 반면
민영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의 회사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겠죠. 
어쩔 수 없이 민영보험은 회사가 운영하는 것이니까, 국가가 운영하는 보험보다 
사업비가 많아서 실제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의 파이 자체가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보험회사들만 배부르게 된 거죠. 
그리고 제약회사들도. 

(화이자의 경우 지난 2008년의 매출액이 약 450억 달러로 나옴.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은
올해 2분기(4~6월)2,000억이 조금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였다.)


 요즘 우리나라 의료 제도,
상당히 말이 많은 상황입니다.
대체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에 와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는 편이고요.
하지만, 그 분기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 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 가장 큰 쟁점 두가지는 바로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법인 민영화 라고 할 수 있겠죠.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란
현재 우리나라의 전국민 의료보험,
즉 한 달에 얼마씩 내는 의료보험으로 전국 모든 병,의원에서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없이
모든 환자들의 진료를 봐주는 상태-물론 이 또한 못내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를 말하는 것으로
만일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마치 신용카드처럼 병,의원들도 특정 보험회사와 계약하여
'우리는 @@보험회사의 보험이 아니면 받지 않습니다-아니, 보험금지급이 안됩니다.-'와 같이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즉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민영의료보험을 가입해서
그 회사와 연결된 병,의원을 이용해야 한다는 거죠.
음,,,이러면 삼성병원의 경우 삼성생명과 연계도 가능하겠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니 추가적인 설명대신 바로 넘어 가겠습니다.

반대로 의료법인 민영화란
현재 의료법인은 의료인-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수의사(약사는 약사법에 의해 규정되어 의료법상의 의료인은 아닙니다.) 등-만이 의료법인을 개설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의료법인 개설 이후에 해당 의료법인 내에서 생긴 수익은 해당 법인에만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한 것을 말합니다.
이는 의료법인에서 생긴 이익을 다시 의료법인에 투자하여 의료 서비스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한 것이죠. 한눈팔지 않도록.
현재 의료법인 민영화가 시행되면 다양한 투자처를 끌어들일 수 있고(채권, 주식공모도 가능)
의료인 이외의 사람도 의료법인 설립이 가능하여
투자자본 유치 및 이로인한 의료시설의 경쟁력 향상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지금만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식회사와 같은 일반 법인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여
의료 서비스에서 공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인 것 같아. 안좋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도나 정책에 관하여 절대적인 단 하나의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라나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그로인한 특수성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겠지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좀 더 나은 방향이란 존재하기에-
우리 모두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다 같이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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