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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

'OO때문에 잃은 건강' - 웃지 못할 병원 단상

by 와썸_ 200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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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원에 지내다 느끼는 내용에 대한 글을 하나 쓸까합니다.



 우리나라, 특히나 병원에서 지내다보면 그만큼 다양한 환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특이한 케이스를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게 발달한 문화랄까-
일종의 대체의학 분야. 

대체의학?? 무슨 말일까요. 
다음 백과사전을 검색해보니-
'서양의학이 발전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나 오류 및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들에 대한 의료시술의 부적당함을 해결하면서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새롭게 개발되는 진단 및 치료의 여러 방법에 관한 학문'이라 나와있네요.

뭔가 서양 중심의 해석이긴 하지만 우선 보고......
한의학의 침, 부항이나 뜸같은 것 뿐만 아니라 카이로프락틱(추나요법), 보약과 같은 각종 '의술'들을 지칭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쉽게 말해 서양 의학 중심에서 봤을 때 그 이외의 것들을 모두 지칭하기도 하는 편협함도 있지만서도. 

그런데 이게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저도 어릴 적 침 많이 맞았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일이 드물지만
어린 시절에 운동을 하다가 발목이 삐거나 꺾이거나 기타 등등-
심하게 가라앉거나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 주로 침을 맞으러 다니곤 했었죠. 
요즘에는 여러 이유로 인해 맞지 않지만 이건 개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고-


예전에 한 환자분이 응급실로 오셨습니다.
(다음에 소개시켜드릴 환자분은 이름 및 개인 신상 정보에 아무런 특정인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분은 한 달 전부터 무릎 쪽에 멍이 들기 시작하더니 
응급실로 오기 하루 전, 갑자기 멍이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체 뭘까요. 나이가 많은 분이기도 하셨지만 갑자기 멍이 커지다니-
그런데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좋은 분이 아니셨습니다. 
오래전에 심장에 판막 수술을 하셨더군요.
(심장에는 4개의 판막, 즉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짜내는 능력을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뚜껑'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이들 뚜껑이 유기적으로 열렸다 닫히며 피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전신으로 피를 보낸다랄 까요.)
그리고 심장수축에 관련된 심방세동이라는 질병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판막 수술을 할 경우 판막 수술을 한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평생 혈액 응고 방지제를 쓰셔야 합니다. 할아버지들을 보면 판막이 헐거워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새로 갈아주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경우 소위 말하는 '피떡'이 잘 생겨서 혈관을 떠돌다 막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심방세동이라는 질병의 경우 응고가 잘 생겨서 더더욱 써야 합니다.

그래서 혈액응고방지제를 드시고 계셨는데....
물론 드신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몸에서 피가 펑펑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상태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고 치료법 자체도 이미 잘 정립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혈액응고방지제도 오랫동안 꾸준히 잘 드시고 계셨는데 무슨일이 있었을지...... 근 10년을 드셨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바로 할아버지의 최근 행적에 답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랜 지병으로 한의원을 자주 다녔고, 
한의원에서는 할아버지께 기가 허하니 보약을 드시길 권하여 1년 전부터 조금씩 드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한 달전부터 멍이 들자 좀 더 자주 한의원에 다니면서 
멍이 든 부위에 침과 부항 복합요법(?)을 받기 시작하십니다. 
이쯤되면서 차차 커지더니 결국 응급실로 오게 된 것이었죠-


결국 할아버지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셨고
다리에 있는 멍은 너무 커진데다가 온몸에서 자발적인 출혈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혈액응고방지제를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복잡해진거죠. 
온몸에 출혈이 생겨 혈액응고방지제를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새로 바꾼 판막과 심방세동이라는 질환으로 인해 
혈액응고방지제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진퇴양란. 

착한 할아버지만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인해 정신을 잃거나 팔을 못쓰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란 무서운 말만 들으며 교수님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한 편으로는 그 이름모를 한의사가 너무 미웠습니다. 
한의학도 좋지만 좀 더 주의깊게 하지 못할까. 
왜 좀 더 좋게 할 수 있던 할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로스쿨을 갈까도 생각해보던 시기가 있었죠. 

다시금 두서없는 이야기.
이냥저냥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쓰고보니 다시금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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