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은 병원에 지내다 느끼는 내용에 대한 글을 하나 쓸까합니다.
우리나라, 특히나 병원에서 지내다보면 그만큼 다양한 환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특이한 케이스를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게 발달한 문화랄까-
일종의 대체의학 분야.
대체의학?? 무슨 말일까요.
다음 백과사전을 검색해보니-
'서양의학이 발전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나 오류 및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들에 대한 의료시술의 부적당함을 해결하면서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새롭게 개발되는 진단 및 치료의 여러 방법에 관한 학문'이라 나와있네요.
뭔가 서양 중심의 해석이긴 하지만 우선 보고......
한의학의 침, 부항이나 뜸같은 것 뿐만 아니라 카이로프락틱(추나요법), 보약과 같은 각종 '의술'들을 지칭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쉽게 말해 서양 의학 중심에서 봤을 때 그 이외의 것들을 모두 지칭하기도 하는 편협함도 있지만서도.
그런데 이게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저도 어릴 적 침 많이 맞았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일이 드물지만
어린 시절에 운동을 하다가 발목이 삐거나 꺾이거나 기타 등등-
심하게 가라앉거나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 주로 침을 맞으러 다니곤 했었죠.
요즘에는 여러 이유로 인해 맞지 않지만 이건 개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고-
예전에 한 환자분이 응급실로 오셨습니다.
(다음에 소개시켜드릴 환자분은 이름 및 개인 신상 정보에 아무런 특정인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분은 한 달 전부터 무릎 쪽에 멍이 들기 시작하더니
응급실로 오기 하루 전, 갑자기 멍이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체 뭘까요. 나이가 많은 분이기도 하셨지만 갑자기 멍이 커지다니-
그런데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좋은 분이 아니셨습니다.
오래전에 심장에 판막 수술을 하셨더군요.
(심장에는 4개의 판막, 즉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짜내는 능력을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뚜껑'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이들 뚜껑이 유기적으로 열렸다 닫히며 피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전신으로 피를 보낸다랄 까요.)
그리고 심장수축에 관련된 심방세동이라는 질병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판막 수술을 할 경우 판막 수술을 한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평생 혈액 응고 방지제를 쓰셔야 합니다. 할아버지들을 보면 판막이 헐거워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새로 갈아주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경우 소위 말하는 '피떡'이 잘 생겨서 혈관을 떠돌다 막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심방세동이라는 질병의 경우 응고가 잘 생겨서 더더욱 써야 합니다.
그래서 혈액응고방지제를 드시고 계셨는데....
물론 드신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몸에서 피가 펑펑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상태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고 치료법 자체도 이미 잘 정립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혈액응고방지제도 오랫동안 꾸준히 잘 드시고 계셨는데 무슨일이 있었을지...... 근 10년을 드셨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바로 할아버지의 최근 행적에 답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랜 지병으로 한의원을 자주 다녔고,
한의원에서는 할아버지께 기가 허하니 보약을 드시길 권하여 1년 전부터 조금씩 드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한 달전부터 멍이 들자 좀 더 자주 한의원에 다니면서
멍이 든 부위에 침과 부항 복합요법(?)을 받기 시작하십니다.
이쯤되면서 차차 커지더니 결국 응급실로 오게 된 것이었죠-
결국 할아버지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셨고
다리에 있는 멍은 너무 커진데다가 온몸에서 자발적인 출혈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혈액응고방지제를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복잡해진거죠.
온몸에 출혈이 생겨 혈액응고방지제를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새로 바꾼 판막과 심방세동이라는 질환으로 인해
혈액응고방지제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진퇴양란.
착한 할아버지만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인해 정신을 잃거나 팔을 못쓰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란 무서운 말만 들으며 교수님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한 편으로는 그 이름모를 한의사가 너무 미웠습니다.
한의학도 좋지만 좀 더 주의깊게 하지 못할까.
왜 좀 더 좋게 할 수 있던 할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로스쿨을 갈까도 생각해보던 시기가 있었죠.
다시금 두서없는 이야기.
이냥저냥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쓰고보니 다시금 씁쓸.
반응형
'의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잡한 요즘 의료계- 약사에서 영리법인까지, (7) | 2009.11.27 |
---|---|
병원이 '돈벌이'에 급급? - 잘못된 원희목의원의 주장. (4) | 2009.10.27 |
'갈팡질팡'의대냐? 의학전문대학원이냐?-공청회를 보며 교육체제 혼란을 말하다. (1) | 2009.09.25 |
[잡담] 다양해지는 의료계 소식들, 데일리 메디. (0) | 2009.09.24 |
"의사가 만든 피부약"- 의료계 색다른 모습들. (0) | 2009.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