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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 Liberal arts

'OO대'만 못한 미디어법 헌재의 결정을 보며...

by 와썸_ 200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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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짐작은 했지만 저런 앞뒤가 안맞는 말을 헌법재판소에서 할 줄이야...

오늘도 한겨레와 조중동은 같은 사건을 판이하게 다르게 보도합니다. 


1. 한겨레 "지폐위조 인정하나 화폐가치 있다는 꼴"

ㅡ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4739.html


2. 조선일보 "헌재 신문법, 방송법 유효"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0/29/2009102901137.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3


3. 중앙일보 "헌재 신문,방송법은 유효하다"

http://news.joins.com/article/222/3849222.html?ctg=1203&cloc=home|list|list1


4. 동아일보 "헌재 미디어법권한침해...개정법은 유효"

http://news.donga.com/Society/3/03/20091029/23764169/1&top=1



조중동은 자기들 논조에 따라 극히 객관적으로 사실만 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진보주의 계열에 대한 기사를 쓸 때는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으면서도

이 중요한 사건을 메인 기사에서도 밀린 채로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조선일보에서는 '인천에 한 고등학교의 자율학습 현황'

중앙일보에서는 '뜨거운 돌침대, 러시아에서 판매 부진 사연'

동아일보에서는 '한국 미식의 밤' 같은 시덥잖은 기사들이 메인기사가 되고

이번 헌재 결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인증샷.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사정은 같습니다.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돌침대만도 못한 헌재의 결정이여...

헌법재판소는 중앙일보를 고소하라... 



너무 대놓고 언론 조작을 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만일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하였다면 메인기사가 달라졌겠죠. 


부끄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를 많이 접하지는 않지만

김수영 시인을 좋아합니다. 

특히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시-

담백한 느낌, 정직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일제시대에 도쿄대를 간 만큼 지식인이었지만 

그만큼 고국의 사정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김수영 시인. 

문인이기에 스스로 시로써 이런 사태에 참여했습니다..


요즘 특히나 더 생각나네요.

우선, 시를 한 번 보시죠.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 너어스(간호사)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만큼 작으냐....






시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요즘, 참 부끄럽다는 생각많이 합니다. 

비록 일이 바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하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져서 사회가 망가져가는 걸 방조하고는 있지 않을까.....

정말 얼마만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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