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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경영, 디자인, 의료법

'요지경'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답답한 현실-

by 와썸_ 2010.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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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단어 자체가 선뜻 다가오지가 않습니다만,
우리나라 의료 보험 및 의사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크게 보아 의료의 비용 효율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죠. 
1989년 7월 1일, 우리나라에 전국인 의료보험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더불어 1차, 2차, 3차 병원으로 이루어진 전국민 의료전달체계도 실시되었습니다. 

즉 병의 중증도, 편의성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병원으로 가도록 유도함으로써
경한 질환에는 지역 의원, 중한 질환은 종합병원, 종합 요양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대학병원들도 비슷해보여도 진료과목, 진료실적 등에 따라 2차 병원과 3차 병원으로 나뉘는데-
(이전 포스팅에서 2차병원과 3차병원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이 있어 링크합니다 -  http://nfcra.tistory.com/89)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보험도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의료전달체계도  다르게 부실한지라-
정말로 대학병원 갈 필요가 없는 경한 환자들도 모두 대학병원을 찾아와서 
낭비가 심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쏠림도 심하죠-
2009년 상반기 기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진료비 청구(즉, 비급여 제외)액수만을 보았을 때 소위 '빅4'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국의 3차병원, 즉 종합전문병원 44곳의 진료비 청구액이 한해 2조 7000억원 정도인데 
이 중 4 곳이 30%에 육박하는 진료비를 청구했습니다. 
나름의 20대80법칙이랄까.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명성이 있지만 아산, 삼성병원이 단기간에 얼마나 치고 올라왔는지, 그리고 대형 대학병원에 대한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은 삼성병원 별관 옆 부지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2015년에 외국인전용병원도 설립할 예정이라 차후 더욱 발전하겠죠. 
(인하대병원도 인천에 외국인전문병원을 세울 예정입니다. 비급여 전문이라는 군요)

그래요. 
삼성병원? 
정말 좋긴 좋습니다-특히나 새로지은 암센터도 그렇고. 직접 돌아다녀보니깐.
심지어 삼성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월급도 잘 받고 병원식당조차 엄청 맛있더군요-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들 중 여럿이 해마다 적자를 보고 있고 일부는 심각한 상황.
(우선 짧게 말하자면 대학병원회계는 일반 회사나 의료법인과도 달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것이 100% 인정되기에 곧이곧대로 못믿습니다만-)
대학병원들은 대게 수익을 올린 후에, 대학법인에 속해있기에 모대학의 발전을 위해 
학교로 수익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거나 오히려 병원이 추가투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
(병원 증축이나 시설 확충과는 별개로 자생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만 보자면
대학으로의 전입금이 없는 병원들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거의 없었으나
현재 의대 중에는 단국대학교, 동국대학교, 서남대학교가 학교로 돈을 한 푼도 못주며 전입금이 자금수입의 1% 미만인 곳으로 한양대학교, 고신대학교, 중앙대학교가 있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의 2009년 10월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한 자료 기준)
이러한 경우 그 대학병원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입금, 즉 대학병원에서 수익을 올려 본교 발전을 위해 전입금을 많이 준 곳으로는 연세대(1,100억원), 고려대 (462억원), 인제대 (351억원), 아주대 (289억원), 경희대 (274억원), 가톨릭대 (211억원), 순천향대 (144억원) 순이었습니다. 
위의 학교들 중 연세대, 인제대, 아주대, 가톨릭대는 학교 수입의 10%가 넘는 돈을 대학병원이 벌어온 수익으로 도움을 받는 다는 얘기죠. 

정말 이대로 가다가 대학병원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이 커져서 
향후 빅4만 살아남을지도;;;;;;;


게다가 문제는 대학병원이 비급여로 나간다는 점-
최근에는 오히려 일부 병원들은 효율성을 위해 비급여로 나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건강검진,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올려온 것이 사실이지만
급여 항목이 워낙 싸서, 즉 의사들이 받아야할 진료비는 못받기에 나온 측은한 현실이지만.

최근 개원한 강남을지병원이라든지
(옛 안세병원 부지에 생겨 족부센터, 성장학습센터 등 특화센터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백병원은 피부미용과 관련한 피부과와 성형외과만 병원 옆 빌딩으로 이전하여
비급여로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문제점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안되더라도 대학병원에서 비급여로 나간다면
이 자체로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리는 일 밖에 안되겠죠. 
중소병원들의 파이에 끼어드는 형상이니-

의료보험공단에서는 본인 부담금과 진료비 자체를 3차로 가면 올려놓았지만
문제는 국민들 모두 별로 개의치 않고 가격을 올렸다는 거죠-
심지어 맹장수술과 같은 간단한 수술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하니 
정작 중요한 환자들에게는 신경쓰지 못하고, 의료급여는 나갈대로 나가고, 중소병원들만 위험해지는 양상이라 심각합니다. 

추가로 다른 얘기를 좀 하자면-
사실 뭐 대학병원에는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의약품 도매업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데,
많은 대학병원들-특히 사립병원-에서는 이러한 의악품 도매상을 자신들의 계열사로,
비정상적인 행태로 나가는 상황입니다. 
불법은 아닐 수 있겠지만 충분히 딴지 걸 수 있는 상황. 
출처는 감사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입니다.

일종의 계열사 몰아주기라고나 할까요. 
사립대학교이다보니 이사회나 이사장의 친가가 많이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일부러 복잡하게 꾸며 마치 직영이 아닌듯 하지만-

그리고 특이한 점은 조선 최초의 서양식 의원인 '제중원'의 진정한 후계라고 주장하는 연세대학교가 도매업체 이름도 '제중상사'라고 짓는 센스를 보여주었다는 점?
서울대병원은 국립이라 저렇지 않은 점이 아쉽네요.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하면서 시설 좋은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점 한계에 도달하는 듯 하네요;;
지금이라도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보험에 대한 활발한 논의로 좋은 결과 찾게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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