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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

한국 의사집단, 새로운 단체의 필요성?-엇갈리는 행보들

by 와썸_ 201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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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같은 의사 집단에서 동료 의사들을 제보하는 초강수가 나타났죠-
낙태와 관련하여 진오비 소속 프로라이프 측에서 불법 낙태 시술을 시행한 병,의원 3 곳을 제보하였습니다. 

여는 글-
의사 사회, 저도 아직 정확히 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전문가 집단이다보니 폐쇄성을 가지지 않았다 할 수 없겠죠.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의사 사회, 좁고 보수적입니다. 
의사들 중에 노랗게 염색을 한 경우나 독특한 옷차림을 한 분들을 뵙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도 아직 못 봤고요. 아주 독특한 경우가 말총머리 정도?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생시절부터 선배들로부터, 교수님들로부터 옷차림에서부터 지적을 받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학생시절 병원에 실습을 나온 때부터 구두에서 가운, 넥타이에 단정한 머리까지,
어긋난 옷차림이면 바로 혼나고 찍히는 게 싫어 모두 순응하고 그렇게 의사 사회에 적응해 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육하는 코끼리는 어릴 적에 튼튼한 사슬로 잡아두면 커서도 저항을 포기한다'는 것처럼, 
그렇게 다들 커가는 가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압적이다 보니,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큰 것 같습니다. 

실 의사들은 의료인들 중 상당히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워낙 진료과목별로, 위치(지역이 아니라 대학병원이냐 2차병원이냐 의원이냐 등에 따라)에 따라 
입장차가 너무나 커서 의견이 모이지 않고 서로 반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 집단 자체가 수가 많고 세분화되어있다보니 관련 단체도 많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뿐만 아니라
지역별 의사회,
각 진료과별 의사회,
진료과 중 세부전공학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나온 것 자체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사실 전공의, 즉 병원에서 수련받는 인턴과 레지던트의 경우 대학병원 및 2차병원에서
약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항변할 수 없었습니다. 
만일 개인적으로 항변한다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고 도태되겠죠. 
그러다보니 각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냥 참는 수 밖에 없고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어 가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생긴지도 10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1998년에 생겼으니-
이 전공의협의회가 없었다면
대구 K대병원 모 과 교수의 레지던트 성희롱,
전남 모 병원 교수의 레지던트를 상대로 룸살롱 비용을 청구하는 것 등에 대해서
당사자가 아니 누가 나서서 항변했겠습니까. 

전남 모 병원 교수와 대구 K대 병원 모두, 학교 측에서는 처음에 감봉이나 정직 정도의 처분만 내리는 등 차후의 사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자체가 없었지만 전공의협의회의 노력과 공론화 덕분에 처후가 달라졌습니다. 
전남의 모교수는 임상교수직 박탈,
대구의 모교수도 재임용 탈락.


대구 K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관련기사 링크 : http://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75
전남 모병원 관련 기사 링크 : http://doc3.koreahealthlog.com/33216


(별첨 : 에효;; 이제 판결이났는데 전라 J대 교수는 증거부족으로 무혐의처분되었군요;;;)



사실 일부 대학 병원에서 일부 진료과에서는 아직도 비리가 만연한 게 사실입니다. 
레지던트 선발과 관련해서나 수련받는 레지던트가 약자인 점을 악용해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을 조금씩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 가 싶습니다. 
기존의 의사협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물론 이래저래 바쁘시겠지만 
'원래 그런 거야'라며 잘못된 것들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으셨는지.

더 나아가 이런 일들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우리나라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같은
사회를 위한,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이해단체를 위한 의사 집단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의사 집단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나 기타 다른 단체들은 국내 단체부터 아닐뿐더러 국내에서는 이런쪽으로 발전이 아직은 더딘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에도 프리메드 같은 의대생 중심으로 만든 단체도 있었지만-

하여튼 간에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진보적인 의사 집단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여러모로 반갑네요. 


사실, 이번 프로라이프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산부인과 및 다른 의사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을지,
앞으로의 진로까지 불투명하게 될지도 모를 정말 큰일인데 
이런일을 하다니.
"죽여버리겠다" 등 다양한 협박도 당해왔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정말 고민 많이 했을꺼란 말이죠. 
가만히 있으면 비난받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의사로써 환자들 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 하더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을지-동료 의사로부터와, 비의료인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를 알면서도 이런 용기 있는 행동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단순히 낙태를 윤리적으로 반대한다고 올린 포스팅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공론화되어서 어서 빨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로써, 보수적인 의사집단 내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얼마나 힘든일일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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