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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

본격 의사 생태 보고서-우리나라 의사, 많냐 적냐?

by 와썸_ 201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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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준비했던 포스팅을 올립니다. 
여러 기사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 몇 명당 의사 수, OECD 내 몇 등~ 이라든지 
의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의사도 망하나?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본 기사들.
때로는 객관적인 듯 통계를 보여주지만 
정작 중요한 통계 속에 들어있는 의미는 찾아내지 못하고
수박 겉 핥기 식의 해석으로 마쳐버린 기사들. 
사실 의학전문기자라고 하시더라도 여러 통계 정도만 볼 뿐이고 
오랫동안 관심 가지고 봐오면서 여러 관점들 봐오지않는다면 쉽사리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 누가 '이게 맞는 말이다'라고 할 수 있겠느냐만은,
감히 어줍짢은 정보와 시선으로 용기내어 포스팅올립니다. 


객관적인 자료들부터 보겠습니다. 
의사협회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자면
'2008 전국회원실태조사보고서' (2009년 발간)에서 
9만 9,605명이 의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로 보자면 면허 등록 기준으로,
1980년 54명 이었던 것에서 2008년 204명으로 339% 증가하여 
같은 기간 동안 인구 증가율 17.1%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월등히 높을까?
왜냐면 1979년까지 국내에는 19개 의과대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41개-

사실 최근에야 진정이 되었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제외하고는
정권별로 의과대학을 열심히 세워왔습니다. 
당연히 1960,70년대 경제 성장기 속에서는 의사가 부족해서 
의사를 '양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라도 의대 신설은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국내에 41개나 되는 의과대학이 필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저희 학교가 아닌 다른 지방 사립 대학교 교수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의대는 세우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세우고나서의 정원 늘리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김영삼 정권을 보더라도 과연 정말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혹시 의대를 설립하려는 일부 대학들의 로비나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한 병원협회의 방임이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았을지요.

이렇게 의대도 충분히 늘어나니까 매년 의대생들을 쑥쑥 잘 내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74회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수는 3,224명.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이야 꾸준히 낮을거고
향후 20년간의 인구 증가율은 과거보다 더욱 낮을 겁니다. 
하지만 의사 증가율은?
더오르겠죠.

사실 OECD의 세계의료실태현황과 같은 보고서도
전세계적으로 의료 실태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보고서이지만 그닥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2007년에 우리나라가 국민 1000명당 의사수가 1.7명으로 OECD 가입국 중 
거의 최하위라죠. 

글쎄요. 이것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떨어졌냐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나라의 의료의 질을 평가하자면
환자들이 얼마나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냐(접근성)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냐(경제성)
의려서비스의 수준은 어느 정도냐 (양질성)
정도로 나눌 수 있겠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전혀 낮지 않습니다;;;
이미 빅5 병원들의 수술이나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은 미국이나 일본과 필적할 수준이면서도
의료보험 덕분에 전국민이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대가'라고 불리는 명의 선생님들께도 동일한 진료비를 받도록 되어 있어서 이분들께도 진료를 받을 때 16,200원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3차병원 초진의 경우-)


소위 말해 '3분 진료'를 예로 들며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지만 
이는 의사수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수가 체계 자체가 진료비가 낮아서
(왠만큼 큰 병원들도 3차병원이 아니면 초진의 경우 진료비가 7,200원입니다;;;
어디 임대료나 나오겠습니까 만일 이런 환자를 30분 봤다가는 
시급 14,400원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의대 신설을 위한 시도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것만 해도 
목포의 목포대
인천의 인천대,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 정도. 

목포대 총장님께서는 강력한 신설 의지를 피력하기도 하셨습니다-



임병선 총장의 직접 언급을 보자면 어안이 벙벙한게 사실입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기계를 다루듯 2~3분이면 진료가 끝나버리고, 제대로 아픈 곳을 설명할 시간도 없다”,
 “반면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20~30분 동안 충분히 환자의 개인적인 고민까지 다 들어준다”

논리성이 떨어지는 근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3분 진료, 그리고 아픈 곳을 설명할 시간도 없다느니 
의료 선진국(대체 어디? 우리나라에 대비하자면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의료복지국일 수는 있어도 의료선진국이라 하기에는 근거가 미비하다)에서는 20~30분 동안 환자를 봐준다드니 
정확한 자료도 없이 감정에 호소한 말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짧게 진료를 보는 건 오랜 수련 기간을 끝내고 나와도 
의료보험 덕분에 저렴한 수가때문이지 의대가 42개가 아니라 41개이기 때문입니까?
우리나라 의료 실태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하긴, 환경생물학 박사이시니 모를 수 있지만 총장을 보필하는 보직교수나 다른 직원들이라도 어느 정도 도와드려야 하는 것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인터뷰 마지막에는 최고권력자를 들먹이며 일종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참 사람이 완벽하지 않고 허술한 면 많아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참......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이 지역에 병원을 세워준다고 약속했다. 지역 정치인들도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권력자의 의지”

의대는 지역 정치인과 권력자의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정확한 조사로 국민들에게, 비용 및 질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지 알아봐서 설립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건 
예전부터 의사들이 신뢰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들 때문일까요-
여러 생각하면서, 이번 포스팅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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